[ 이 눈부신 길들을 대체 어쩌면 좋을까 ] 가족 해외여행 이야기
뭐 대단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게 참 뭐 같다. 열심히 일하고 앞만 보면서 온 것 같은데 젊고 뜨거웠던 날들이 어느새 사라져 버린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나는, 우리 가족은 변변한 해외여행 한번 안 하고 살았는데, 돌아보니 그게 정말 맞는 것이었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링켄리브 여행연구소가 아니라 여행의 관찰자가 되어 지난 10년을 잠시 회상해볼까해요.
어떤 분들은 우리 여행사를 통해 떠나기도 하고, 다른 분들은 아쉽지만 다른 기회, 다른 상품을 통해 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장년이 된 후에 여행의 동기가 적극적으로 생긴 분들을 세심히 관찰하면 (더욱 마음이 가거든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가 종종 있어요.
물론 처음에는 친밀감도 적고 낯설기 때문에 여행 사무적인 관계에서 대화가 시작되죠. 상담을 오래 하고 고객님의 성향, 여행 목적, 방향 같은 것을 두고 가장 맞는 여행을 추천하다 보면 대화가 깊어지기 마련이거든요. 또 여행지에서 활짝 마음을 열어주시기도 하고요. 그러면 이리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부지런히, 열심히, 앞만보고 잘 살았는데. 이제라도 옆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세상 느리게 피고 지는 꽃도, 계절도 보고 싶어 졌다"고. "남들이 좋다는 곳도, 남들이 맛있다는 것도 내 아끼는 사람과 천천히 즐기고 싶다"고.
이런 '여행의 새로운 자각'은 예기치 못했던 투병이나 중대한 사건으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어느 날 문득 뇌리에 스치듯 떠올라 점점 마음이 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의 눈부신 길들이 내 삶에 말을 걸어오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의 길들이 속삭임을 시작하는 순간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함께여서 행복하다는 말을 전하기가 어렵습니다. 여행은 때로 못 다했던 그 말을 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죠.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천천히 자연과 문화를 느끼는 여행.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히 걷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행. 이 특별한 여행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잇게 됩니다.
조금 늦게 시작하는 여행이라면 이런 시간, 기회, 여유를 여행 속에 안배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바깥만 보는 게 아니라 실은 삶의 내밀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것이거든요. 그래야 '회복'의 의미를 갖는 온전한 여행을 마주할 수 있거든요.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모두 경제적 사정과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자주 여행할 수 있었다면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웠을까?" 정답은 없죠. 그래도 꽃과 바람, 숲과 바다, 예술과 인간의 길이 세상 밖에 끝없이 펼쳐져 나를, 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길은 삶의 숨 가쁜 속도를 조금 늦춰줄 거라는 것. 이 정도는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봄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이 펼쳐지는 남프랑스의 라벤더로드. 피카소부터 고흐까지 풍요로운 봄빛을 거닐며 고유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프로방스로드. 눈부신 지중해의 도시와 절경 속에 이어진 이탈리아 시골길과 스페인 천 년의 골목들. 북유럽 최북단 노르웨이 대협곡을 온몸으로 느끼는 피오르 하이킹과 알프스의 위대한 정경을 걸음걸음 만나는 일. 세월을 잠시 비켜 세워두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말입니다.
아, 눈부시게 안겨드는 이 모든 길을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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